깊고 넓은 어머니의 품... 지리산 서북능선 무박산행(2020년 5월10일)
지리산 서북능선
지리산은 깊고 넓은 산으로...
깊은만큼 넓어 산행코스만도 20개에 달하고,
지리산 권역은 경남 진주.하동.함양의 동부권, 전남 구례의 서부권, 전북 남원의 북부권 등 3개 권역으로 나눠 구분합니다.
지리산 서북능선
지리산 노고단(1507m)에서 서북쪽으로 누운 성삼재~만복대~정령치~고리봉~바래봉 능선을 흔히 그 방향에 따라
‘서북릉’이라 합니다.
능선길이만 20여km를 넘는데다 1,000~1,400고지의 봉우리들이 연이어 포진해 웬만한 준족들도 당일산행으로는
힘든 곳 중 하나입니다.
산행코스 : 성삼재~작은고리봉~묘봉치~만복대~정령치~큰고리봉~세걸산~세동치~부운치~철쭉군락지~팔랑치~바래봉~용산마을
산행거리는 약23km이고, 산행시간은 11시간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개인산행으로 다녔었는데... 두달반만에 산악회버스에 동승해 원정산행길에 나서게 됩니다.
신갈에서 9일밤 12시경 출발한 산악회버스는 부지런히 달려 산행들머리인 성삼재에 오전4시경 내려줍니다.
날씨가 좋지않다는 것을 미리 숙지하고는 왔지만...
비는 멈출거라 예상이었는데 안개비가 내리니...에휴 오늘도 틀렸겠구나...ㅠㅠ
산행준비 후 헤드랜턴을 켜고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가는 반대편 이정표 만복대로 향하는 표지판에
만복대5.3km방향으로 스타트합니다.
세명의 다른 성을 가진 장군들이 지켰던 성삼재에서 만복대로 오르는 코스가 고도500m가량 올라야 하는 가파른 오름길이라
오늘 산행 중 가장 힘이드는 구간입니다.
등로가 좁고 길옆으로 키 높이까지 올라와 비젖은 조릿대며 나뭇잎들이 성가시게합니다.
비맞은 땅이 어찌나 미끄럽던지...휴
조심하며 걷다보니 체력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작은고리봉에 도착... 인증 후 조금 진행하다 배낭카바를 씌우고 산행을 이어갑니다.
성삼재에서 구인월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은 작은고리봉.만복대.큰고리봉.세걸산.바래봉.덕두산 등 1,000m가 넘는
봉우리만 7개가 넘는 거대한 산맥으로 지리산 내에서는 지리산 주능선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인데...
안개정국으로 전혀 보여주질 않으니....ㅠㅠ
구례군 산동면과 남원시 경계에 솟은 만복대에 도착합니다.
높이1,433.4m인 지리산 서부의 봉우리로 북으로 정령치, 남으로 성삼재로 이어집니다.
만복대는 이름만큼 복스러운 산으로 산 전체가 부드러운 구릉으로 되어 있습니다.
'만복대'란 명칭은 풍수지리설로 볼 때 지리산 10승지 중의 하나로 인정된 명당으로 많은 사람이 복을 누리며 살 수 있다하여
만복대로 칭하였다는 설이 있습니다.
지리산에서 가장 큰 억새 군락지로 가을철이면 봉우리 전체가 억새로 뒤덮여 장관을 이루고,
이 곳에서 동남쪽으로 바라보이는 반야봉은 지리산의 웅장함을 실감케 해주는데... 안개정국으로 전혀 보여주질 않으니...ㅠㅠ
만복대를 지나고 정령치로 이어갑니다.
해발900m나 되는곳에 하늘 아래 첫 마을로 불리는 심원마을 옆으로 전라남도 구례군의 경계를 지나 737번 지방도로를 따라 오르면
남원시 주천면과 산내면의 경계를 이루는 해발1,172m인 정령치입니다.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위해 정씨 성을 가진 장군을 이곳에 두었다 하여 '정령치'라 이름 붙여졌다고 전해집니다.
이곳에 서면 동쪽으로는 진행하여야할 바래봉과 뱀사골계곡...
서쪽으로는 천왕봉과 세석평전,반야봉,남원시내가 그림같이 펼쳐지며, 지리산 주능선 일백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임에도
긎은날씨에 한 치 앞도 허락하지 않으니...ㅠㅠ
아쉽긴 해도 어쩌랴...에휴
일단 아침을 해결하기로 합니다.
정령치 휴게소 매점에서 자리세로 컵라면과 커피를 구입 2층 식탁으로 이동 아침을 해결합니다.
든든하지는 않지만 요기정도로 아침을 해결하고 정령치에서 다시 길을 잡고 큰고리봉을 지나 세걸산에 도착합니다.
정령치부터는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꼬부랑할미꽃이 반겨주는 세걸산입니다.
얼레지꽃은 서북능선 전역에 군락으로 자생하고 있었구요.
만복대 이후로는 대체로 하산하는 코스이긴 해도 만나는 고개마다 오르막길이 있으니 절대 쉽지않은 서북능선 산행입니다.
부운치를 지나 팔랑치로 이어지는 철쭉군락지에 도착합니다.
철쭉이 30%나 폈을까?
그래도 이것만이라도 펴 반겨줬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음 큰일날 뻔...ㅎ
산행내내 안개정국으로 조망은 꽝이니...ㅠㅠ
마지막 바래봉 정상인증을 기다리는 사람이 줄을 서 어찌나 많던지...휴
정상인증에 줄서 기다렸다간 속된말로 날샐 것같아... 정상석만 가까스로 담고는 날머리 용산마을로 하산하게 됩니다.
맑은 하늘 아래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는 즐거움과 행복은 없어 무척 아쉬웠지만
대신 긎은날씨에 서로의 힘이 되어 걸음을 맞춘 멋지고 아름다운 동행자 예쁜 채영이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던게
크나큰 수확으로...
힘든 여정에도 포기하지않고 완주한 뿌듯함은 뭐 말이 필요치 않을 터...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헤롭게 된다'는 지리산에서 또 이렇게 한 수 배웠다고나 할까요.
언제나 긍정의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