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
철 따라 들꽃이 수놓은 향긋한 화원... 대한민국 대표 꽃길!
점봉산 곰배령...
점봉산 남쪽 능선에 터를 이루고 있는 곰배령(1,164m)은
인제군 귀둔리 곰배골에서 진동리 설피마을로 넘어가는 고개입니다.
한계령을 두고 설악산 대청봉과 마주 보고 있는 점봉산...
1982년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보전 핵심지역으로 지정되어 '생태계 보물창고'라는 이유로
2006년부터 2026년까지 출입이 제한됐습니다.
점봉산 정상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갈 수 없지만 점봉산 자락을 넘어가는 낮은 목 고개인 곰배령까지는
발을 디딜 수 있습니다.
정선 백운산 마천봉 하늘길 '희고 보드라운 샤스타데이지 꽃길'을 가려했는데... 성원 부족으로 취소되니
꿩 대신 닭으로 찾은 곰배령 야생화 산행은
봄꽃이 지고 여름꽃은 이른 야생화 소강기에 찾은 탓인지?
'천상의 화원'에서 '천상'만 감상하며 느끼고 '화원'은 기대에 못 미쳐 보지 못한 아쉬움이었다고나 할까요.
산행 출발점 또한 진동리 설피마을에서 시작했어야 좋았을 텐데...
귀둔리에서 시작했으니...ㅠㅠ
이유인즉
진동리 설피마을 쪽은 산림청 관할이고, 귀둔리는 국립공원 관할이었다는 사실을 국립공원 직원을 통해 알게 됩니다.
산악회에서 인터넷 예약이 수월한 국립공원 쪽 귀둔리를 택하게 됩니다.
산림청 쪽인 진동리는 일인 2매까지 예약이 가능하고, 국립공원 쪽인 귀둔리는 일인 20매까지 가능하다는
산악회 대장님 안내였네요.
암튼 잠실역 8번 출구에서 오전 7시 30분 출발한 '엠티'산악회 버스는 홍천강휴게소 정차 후
인제군 기린면 귀둔리 주차장(점봉산 분소)에 오전 9시 35분경 도착합니다.
예약확인센터 전 발열검사 후 국립공원 직원의 산행 설명을 마친 후 트레킹이 시작됩니다.
곰배령까지는 3.7km입니다.
붉은 병꽃이 반겨주는 등로를 시작으로 곰배골 울창한 숲길 속으로 들어섭니다.
곰이 배를 하늘로 향하고 벌떡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이름 붙여졌다는 곰배령의 매력은
웅장하지도, 그렇다고 화려하지도 않은 소박한 아름다움... 수더분하고 맑은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아무렇게나 우거진 나무들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오솔길이 군데군데 뻗어 나 있습니다.
해발 1,100m 고지에 5만 평의 평원이 형성돼 계절별로 각종 야생화가 군락을 이뤄 만발...
마치 고산화원을 방불케 한다는데...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 것인지? 곰배령을 여러 번 가보는데... 늘 기대에 못 미치니...ㅠㅠ
경사가 완만하여 할머니들도 콩자루이고 장 보러 넘어 다니던 길이라 하는데... 글쎄올시다...ㅎ
제1쉼터, 제2쉼터 그리고 제3쉼터까지는 완만한 오름으로 이어지고,
제3쉼터를 지나 곰배령까지 900m는 제법 가파르게 이어집니다.
드디어 설악산 대청봉과 마주하는 점봉산 남쪽 자락 해발 1,164m의 곰배령에 도착합니다.
넓은 초원지대 사계절을 따라 다양하게 핀 야생화를 만나볼 수 있는 이곳은
우리나라 한반도 자생식물의 20%인 850여 종이 서식한다는데...
테크 옆 초원은 그저 풀들로 가득했다고나 할까요. 무척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고백하자면 곰배령을 두고 '천상의 화원'이라고 부르는 게 좀 과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져보게 됩니다.
오래전 양양에서 봇짐장수들이 당나귀에 소금을 싣고 넘었고, 약초꾼들과 심마니들이 드나들던 곳...
봇짐 장수도, 약초꾼도 사라진 지금... 곰배령의 주인은 여름으로 가는 길목의 야생화 그리고
서늘한 바람이었습니다.
테크에 줄 서 기다리며 곰배령 정상석 인증에 약 20분 정도 소요 후 반대편 전망대로 향하며 야생화에
눈을 돌려 봅니다.
다른 고산에서도 만날 수 있는 야생화에 실망하며... 그래도 담아볼까 하니 얄궂은 바람이 훼방을 놓습니다.
전망대 쉼터 전 산라일락 향기에 그런대로 취하며 전망대에 오르니, 잡목들로 조망이 시원치 않아
이내 쉼터로 내려서게 됩니다.
쉼터로 내려와 점심상을 펼치는데 하늘빛이 열리면서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몽실 거리며...
끝청, 중청, 대청봉의 설악 풍경이 멋들어지게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대로 잘 왔다는 긍정으로 하산하며 점봉산과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담게 됩니다.
귀여운 야생화와 멸종위기 동물들의 놀이터... 곰배령은
탐방시간을 철저히 관리,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 입산할 수 있고... 오후 2시부터 하산해 오후 4시까지는
산을 비워줘야 합니다.
원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천상의 화원,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곰배령...
비록 '천상'은 확인하고 '화원'은 낙제점이었지만,
함께하는 채영이가 있어 가슴 뿌듯한 하루의 즐거움이었다는 긍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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